휴대전화 압수 안 한 경찰..'n번방 자수' 수사 장기화

작성 : 2020-03-27 19:30:06

【 앵커멘트 】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공분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n번방 음란물을 가지고 있다며 자수한 20대에 대한 경찰 초동 수사가 부실했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음란물 유포자 추적의 핵심 단서인 휴대전화를 경찰이 압수하지 않은데다 치료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수사 장기화가 우려됩니다.

이상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28살 A 씨가 성 착취물 자료 'n번방' 음란물을 가지고 있다며 여수경찰서에 음독 후 자수한 건 지난 24일 밤 11시 40분쯤.

A 씨의 휴대전화에선 아동 음란물 등 340여 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발견됐습니다.

A 씨는 성인 사이트를 통해 n번방 음란물을 가지고 있단 B 씨와 접촉했고, B 씨와 텔레그램 대화를 나누며 아동 음란물을 주고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서에 오기 전 독극물을 먹은 A 씨는 진술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는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싱크 : 경찰 관계자
- "입건은 아직 안 했고요. 일단 참고인 진술조서를 받다가 그런 상황이 일어나서 갔거든요. 퇴원하는 대로 바로 피의자 심문조서 받아야죠."

경찰은 A 씨가 퇴원하면 입건해 정식 수사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정작 중요한 A 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거나 압수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의 휴대전화가 음란물 유포자인 B 씨를 추적하고, n번방의 실체를 밝힐 핵심 단서인데도 경황이 없어 압수하지 않았고, 대화방 캡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텔레그램 특성상 A 씨가 대화방이나 앱을 삭제하면 복구가 어렵고, 아예 휴대전화를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싱크 : 경찰 관계자
- "자수까지 하고 저희들한테 자료를 다 제공까지 했는데 그것을 버리고 이런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저희는 생각하거든요. "

여기에 병원 측이 A 씨에게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단 입장을 경찰에 전달하면서 실제 입건 후 조사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에서 음란물 자료를 다운받고, B 씨의 텔레그램 닉네임을 확보했지만 B씨와 n번방 추적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kbc 이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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