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3년 만에 대면 축제를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을에만 대학 축제를 하는 지역이 있다?
사실 봄이 아닌 가을에도 축제를 하는 대학은 많다.
선선한 날씨에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이 두 계절이야말로 젊은이들의 열정을 마구 발산하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주는 거의 모든 대학이 가을에 한다.
이유는 5·18 등 민주화운동의 영향이 크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한 동안 광주에서는 5월만 되면 도시 곳곳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시위를 주도했던 게 광주의 대학생들이었고, 그만큼 대학생 5.18 희생자들도 많았다.
희생자의 가족 또는 대학 동기, 선후배로 지냈던 이들에게 5.18민주화운동 이후 ‘5월’의 캠퍼스는
푸릇푸릇한 낭만이 있는 공간이기보단 슬픔과 추모의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더 커졌다.
5·18 민주화운동의 근원지로 알려진 전남대의 경우, 원래 매년 6월에 축제가 개최됐었다.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에는 처음으로 축제가 가을로 미뤄졌고
이듬해인 1981년에는 축제가 취소되기도 했다.
축제가 부활한 1982년부터 1990년까지는 다시 6월에 진행됐지만,
1991년 4월, 전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학생 박승희 열사의 분신 사건이 발생하자
1991년부터 축제 시기를 완전히 가을로 옮기게 된다.
이후 지금까지 전남대학교는 민주화를 향한 역사를 기리기 위해 '가을 축제'의 전통이 이어졌고,
광주에 있는 대학들이 이 '가을 축제'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이해하며 함께 전통을 지키고 있다.
즉 광주의 대학들에서 봄에 축제를 열지 않는 건,
중간고사가 끝난 뒤의 즐거움 또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 보단
민주화를 위해 싸우신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생긴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다.
3년 만에 축제가 부활한 올해 역시 마찬가지여서 광주여자대학교, 전남대학교. 호남대학교와 광주교육대학교는
지난 9월과 10월 초에 축제를 마쳤고, 조선대학교는 오는 10월 27일부터 28일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학축제를 의미하는 단어 ‘대동제’
‘대동제’에는 자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죽임을 당한 대학생들을 추모하자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한다.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축제를 즐기기 전에 그 의미를 한번쯤은 이해하고 기억해주길..!
오늘 핑거이슈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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