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출신 이지담 시인이 시집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문학들)를 출간했습니다.
시인은 첫 시집 『고전적인 저녁』에서부터 일상의 경험을 구체적인 언어로 노래하면서 존재론적 탐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이번 시집에서는 죽음의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죽음은 한순간 "푸드덕 몸을 털고 날아가는 새 한 마리"(먼 길)와 같다고 비유합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또한 시인의 사유 속에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지만 인생이라는 그 사잇길은 참으로 '먼 길'이며, 또한 가까운 길이기도 합니다.
"살아온 날보다 적은 살날에 대해 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말하는 너의 손에서 시간이 빠져나"(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가거나, "오늘이 내일인지 내일이 오늘인지조차 모르"(마지막 이사)는 노인들의 시간 속에서 삶과 죽음은 한 몸이 됩니다.
그럼에도 인생은 또한 "어린아이에서부터 시작된 혼자만이 건너야 할 길"(출렁다리)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관계의 문제로 시적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8"바람은 한 방향으로만 오지 않고/왼쪽과 오른쪽 빈구석을 찾다가"(관계), "밀어주고 끌어주는 바퀴 소리"(거울의 이면)와 같습니다.
◇부조리한 역사와 사회 문제 주목이와 같은 관계에 대한 시선은 특히 제3부에서 제주4·3, 여순사건, 5·18민주화운동, 최근의 이태원 사건에 이르기까지 부조리한 역사와 사회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이번 시집에서 죽음과 노년의 시간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을 노래하고 있는 시인의 변모에 대해 고재종 시인은 "마음속 '바위'를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언젠가는 깨부숴야 하는 이 단단한 생각들" 곧 굳어 있는 아집이 사라진 자리에서야 비로소 "바위를 뚫고 자란 나무는 흔들려서 좋았다"는 고백이 가능해집니다.
"뿌리와 바위를 하나로 묶는" 것이 다름 아닌 "부드러운 흙이었다" (바위)는 깨달음까지.
이번 시집에서 '존재와 관계'의 영역을 탐구하는 시인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습니다.
◇ 2019년 미래서정 문학상 수상김규성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지담의 시는 쉽사리 얻기 어려운 구절이 도저한 은유와 이미지의 숲을 이루며 밀도와 긴장을 더해 참신한 성취에 이른다."며 "이번 시집에는 그 내공이 시의 심층부에 한결 포근하게 녹아들어 자연스러우면서도 내밀한 경지를 선보인다."고 평했습니다.
이지담 시인은 나주 출생으로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습니다.
2003년 『시와사람』, 2010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14년 제22회 <대교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최고상, 2019년 미래서정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자물통 속의 눈』),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과 발간지원에 선정됐습니다.
광주전남작가회의 창립 이후 34여 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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