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에서 과거 한국을 가리킬 때 사용하던 '남조선'이라는 호칭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신 꼭두각시 인형을 의미하는 '괴뢰'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마지막으로 '남조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9월 13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중앙상임위원회 의장 허종만의 글 '조국은 우리 삶의 영원한 품입니다'에서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노동신문은 최근 윤석열 정부 규탄 시위를 제외하곤 남한 소식을 지면에 거의 싣지 않는데, 이땐 남측을 '괴뢰 지역'이라고 기술했습니다.
괴뢰는 꼭두각시 놀음에 나오는 인형으로, 줏대 없이 뒤에서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나 정부를 비난할 때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이곤 합니다.
북한 사전에는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 침략자들에게 예속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이라고 나옵니다.
조선중앙TV와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에서 남조선이라는 표현은 7월 15일 '남조선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 보도 이후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중앙방송은 8월 19일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전하면서 '남조선' 대신 '괴뢰 지역'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앙TV는 지난 9월 30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북 여자축구 8강전 결과를 다음날 보도하면서 한국을 '괴뢰팀'으로 불러 분야를 막론하고 '괴뢰'가 한국을 칭하는 표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에서도 지난 8월 16일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와 관련한 보도'를 마지막으로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시 통신은 킹을 '남조선 주둔 미군 소속 이등병'이라고 불렀는데 지난 9월 27일 최종 조사결과를 전할 때는 그를 '미군 병사'라고만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한국을 '남조선'이 아닌 '괴뢰'로 부르는 것은 주민에게 남측에 대한 적개심을 심으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북한이 남측을 같은 민족으로 여기며 남북을 특수 관계로 취급해오던 과거 틀을 대적 관계로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 매체들이 최근 수년간 남북화해의 이미지가 짙은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 같은 표현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흐름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노동신문에서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은 2021년부터 사라졌고, '민족공조'도 2020년부터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남조선 #괴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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