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 순탄치 않았던 레고랜드 사업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자금 시장을 혼돈에 몰아넣은 이유는 뭘까?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이
중도 유원지 일대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땅 파고 건물 지을 강원중도개발을 설립하고,
2013년 10월 멀린과 본협약을 맺었다.
강원중도개발은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지만, 그 뼈대는 금세 흔들렸다.
2014년, 문화재 발굴로 한 차례 삐걱.
2015년, 엘엘개발 총괄개발대표의 횡령·배임,
2017년, 전·현직 고위 관계자가 연루된 비리 사건,
그리고 자금력 문제까지 겹치면서
레고랜드 사업은 첫 삽을 뜬 지 7년이 지나도록 허송세월했다.
그러다 변곡점을 맞은 건 2018년.
그해 5월, 보다 못한 멀린사가 사업의 주체가 된다는 내용의 '총괄개발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뿌리 깊게 박힌 불신과 자금력 부족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GJC는 기반 공사를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고,
2020년, 투자 목적의 특수회사인 ‘아이원제일차’를 만들어
2천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돈을 끌어 모았다.
자금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게
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CP', 바로 이 채권이다.
ABCP는 쉽게 말해,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앞으로 매달 받을 월급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건데,
GJC는 레고랜드가 개장하면 입장 수익이 발생할 테고
그걸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장 수익이 높을 거란 보장도 없고,
당시 GJC 부채비율은 600%를 넘어 신용도도 낮은 상태였다.
여기에 강원도가 나선 것.
지자체가 보증을 서면 국내에서는 이걸 ‘정부채’로 간주해
신용 부도 위험을 거의 제로로 평가해준다.
“설마 지자체가 보증을 섰는데 떼이겠어?” 생각한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이 채권에 투자했다.
GJC는 지난 5월 5일 개장에 성공했고,
앞서 말했듯 입장 수익으로 ABCP를 갚아야 했지만,
손님이 없어 이자도 못내는 상황이 됐다.
채권자들은 보증을 선 강원도로 달려갔다.
그 사이 지난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12년 내리 도지사를 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도지사에서
국민의힘 김진태로 강원도지사가 바뀌었다.
강원도는 최문순 지사 시절 평창올림픽 등으로 부채가 4천억 이상 늘어났고,
임기 막바지엔 8천억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신임 김진태 지사는 1년에 2천억씩 부채를 갚겠다,
목표를 발표한 후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채권 ‘ABCP’의 만기일 하루 전인
9월 28일,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드는 발언을 했다.
돌연 회생신청을 한 것.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돈을 안 갚겠다는 것이다.
결국 GJC가 설립한 ‘아이원제일차’는
10월 초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이 부도가 났단 사실은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던 채권시장에 더 큰 충격을 던졌고,
신뢰는 무너져 여기저기서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반 회사채는 물론,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 등
신용도 최상급이던 공사채들도 줄줄이 유찰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재부와 한국은행 등이
50조 원을 풀어 채권시장 안정대책에 나서고,
김진태 지사도 12월 5일까지 돈을 갚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막혀버린 돈줄로 채권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채권이 막히자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도
고금리를 감수하고 은행 창구부터 찾고 있다.
5대 은행을 통한 기업 대출 규모가 9조 가까이 급증했는데,
앞으로의 관건은 '기업들이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금융 시장의 또 다른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오늘 ‘핑거 이슈’는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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