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1948년 10월 19일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이 발생한 날입니다.
이념 대립 속에 만명이 넘는 무고한 희생자를 낸 여순사건이 발생한 지 73년이 지나도록, 유족들은 숨죽이고 살아왔습니다.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 2001년, 16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18대와 19대, 20대를 거치는 동안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여순특별법은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지난해 7월 다시 발의됐지만, 여야 간 이견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오늘 29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73년의 한을 푼 여순사건 특별법의 의미와 과제를 박승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유족들이 통한의 눈물을 쏟아냅니다.
<울음>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을 잃고 빨갱이로 낙인 찍혀 살아 온 고통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 인터뷰 : 서홍례 /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
-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았는데 너무 나도 빨갱이라고 맨날 손가락질 받고 가족끼리도 쉬쉬하고 살았는데 73년 만에 아버지 한을 풀어줘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던 제14연대 군인들이 제주 4.3 항쟁 진압명령을 거부하면서 촉발됐습니다.
해방 직후, 좌우 이념 대립의 광풍에 휘말리면서 만명 넘는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진압명령 거부 군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했고 유족들은 70년 넘게 숨 죽여 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통한의 세월을 살아 온 지 73년. 마침내 사건진상 밝히고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 인터뷰 : 소병철 국회의원 / 여순사건 특별법 대표발의
- "그동안 소외되고 고통받아 온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그 손을 잡아주게 되었습니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위원회를 두고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의료와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서장수 / 여순사건 유족회장
-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통과에 감개무량합니다. 민족적 분열과 갈등의 역사가 종언을 고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국가 권력에 억울하게 희생 당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과 보상 내용은 명시되지 않아 과제로 남았습니다.
▶ 인터뷰 : 박진권 / 전남도의회 여순사건특별법 위원장
-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동일한 성격을 갖고 있는 5·18특별법, 제주4·3특별법 등은 이미 제정돼 배상과 보상이 포함된 법 개정이 이뤄졌는데, 여순특별법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70년 넘게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여순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진실과 명예회복을 향한 힘겨운 첫 걸음 뗐습니다.
kbc 박승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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