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80년 5월, 광주에 투입됐다 큰 부상을 입은 계엄군을 도운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계엄군이 43년 만에 광주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조윤정 기잡니다.
【 기자 】
병원 진료실 안으로 들어서는 한 남성이 흰 가운을 입은 남성을 향해 큰 절을 올립니다.
80년 5월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 박윤수 씨가 그를 치료했던 의사 정영일 씨를 43년 만에 찾아온 겁니다.
당직병이었던 박 씨는 군부대 차량을 타고 광주 시내로 진입하던 중 시민들이 던진 돌에 맞아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 인터뷰 : 정영일 / 의사
- "피가 눈으로도 나오고, 코로도 나오고 귀로도 나오고 응급환자였어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박 씨를 병원으로 옮긴 건 택시 기사 신봉섭 씨였습니다.
▶ 인터뷰 : 정영일 / 의사
- "우리한테 이야기하기를, 이 사람 좀 꼭 좀 살려줘야 한다고, 국군 아저씨는 꼭 살려야 한다고 따라온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도움을 받아 겨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박 씨의 상태는 위중했습니다.
여기에 며칠째 이어진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에 시민군 역시 격분해있던 상황.
정영일 씨는 혹시 모를 충돌을 막기 위해 병원 위층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박 씨를 숨겨 일주일 동안 치료했습니다.
▶ 인터뷰 : 정영일 / 의사
- "소문이 쫙 퍼졌어요. 군인 하나 잡아서 입원시켜놨다는 거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숨겨버렸어요. 환자 가버렸다고."
▶ 인터뷰 : 한영 / 정영일 씨 아내
- "우리 집에서 감춰놨거든요. 그때 너무 학생이 그렇게 되어서.."
43년 만에 다시 생명의 은인과 마주 선 박 씨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 인터뷰 : 박윤수 / 5·18당시 계엄군
-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이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습니다.
KBC 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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