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조 칼럼]'호남 없는 최고위' 될까?..'우려' 목소리

작성 : 2024-08-19 14:11:52
더불어민주당 새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
▲ 김옥조 KBC 선임기자
◇ 이재명 당대표 연임 성공..최고위원 5명 선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18일 끝났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제1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매우 중요한 정치 행사였습니다.

당연히 푹푹 찌는 한여름임에도 국민적 관심을 모았고 후보 간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당 대표에는 예상대로 이재명 전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후보

선출직 최고위원 선거도 후보 간 엎치락뒤치락하며 최종 5인이 선출돼 지도부에 입성했습니다.

민주주의 선거는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자가 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 참여한 후보와 당원, 대의원, 일반 국민들 모두가 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입니다.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당대표와 새롭게 지도부 자리에 앉게 되는 최고위원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견인차가 되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전당대회의 과정과 결과를 놓고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특히 너나없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일컫는 호남 지역 지지자들에겐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조금은 아쉬운' 구석이 남아 있다고 보여집니다.

후보나 당원, 지지자 등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지도부 구성 명단만 보면 '호남 없는 지도부'가 또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 출신 인사가 지도부에 꼭, 반드시 들어가야만 호남이 민주당의 텃밭이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광주와 전남·북은 한국 민주주의 정치 역사에서 오랫동안 민주당을 뒷받침해 온 대표적인 지역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에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할 최고위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당장 전당대회 결과를 보도하는 지역 주요 언론의 기사와 논평을 보면 "민주 지도부에 또 광주·전남은 없다"며 우려하는 여론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민형배 후보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서도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민주당의 호남 출신 최고위원 선출이 '네 번째 좌절'을 겪었다고 한탄하는 지경입니다.
◇ '호남 대표·비수도권 출신' 민형배 후보 고배
▲호남 대표·비수도권 출신 민형배 후보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 각 후보별 득표율은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가 최종득표율 85.40%로 압승을 했습니다.

이어 김두관 후보 12.12%, 김지수 후보 2.48%를 얻는데 그쳐 이변 없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민주당 계열 정당 역사상 연임에 성공한 당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어서 언론과 정치권은 정치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8명이 뛰어든 최고위원 경선은 초반부터 뜨거운 경쟁의 연속으로 끝날 때까지 국민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득표 순으로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김민석(18.23%) 후보가 1위를 했고 이어 전현희(15.23), 한준호(14.14%), 김병주(13.08%), 이언주(12.30%) 순으로 득표해 최종 당선자가 됐습니다.

초반 선두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11.70%)와 광주·전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민형배 후보(9.05%), 그리고 8위를 한 강선우 후보(5.62%)는 낙선했습니다.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경선과정에서 '자극적인 말'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린 현상을 보였습니다.

먼저 김병주·전현희 후보는 다소 '거친 언사'로 논란을 일으켰으나 당선됐고, '명팔이 발언'으로 강성 지지자의 반발을 산 정봉주 후보는 막판에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관전 스펙트럼을 더 좁혀서 보면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호남 출신 후보'가 거듭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을의 재선의원으로 호남 대표이자 유일한 비수도권 출신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민형배 후보가 결국 낙선한 것입니다.

이런 결과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호남 대표로 나섰던 한병도(전북)·서삼석(전남)·송갑석 의원(광주) 등이 세 차례 낙선한 데 이어 네 번째가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호남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의 지도부에 '호남을 대표하는 후보'의 입성을 강력히 희망했던 호남 지역민의 기대는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 '지명직 최고위원' 호남 지역 안배 촉각
이번 결과만 보고 선출직 당 대표나 최고위원에 호남 출신 인사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여 '호남 빠진 민주당'이라고 아주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호남 출신 의원이나 정치권 인사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합류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반복적으로 선출직에서 호남 정치인들의 위상이 밀려가면서 지역 정치 발전과 호남 정치 복원에 대한 비전도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입니다.

이번 민형배 의원의 도전은 개인 민형배 의원의 성장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저변을 다지고 평가받고 성장하는 것임으로 민형배 의원의 도전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본인 스스로도 여러 부분에서 내실 다지는 기회도 됐을 것입니다.

따라서 광주 지역의 유일한 재선의원으로서 호남 정치판을 주도하고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의 대열에 한 층 더 올라섰다고 평가합니다.

선출직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민형배 후보의 결과는 아쉬웠지만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후보로서의 역량과 대표성을 평가하여 소중한 호남정치 자산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민형배 의원은 19일 지지자들에게 "제가 부족했습니다. 호남 정치 복원을 명분으로 최고위원에 도전했으나 미치지 못했습니다. 광주·전남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더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고 낙선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제 호남 정치권은 '지명직 최고위원'에 기대를 걸어야 할 상황입니다.

지역 정가에서는 전에도 그랬듯 새 당대표가 호남 출신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추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떤 인물이 '호남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입성할지 점칠 수 없다고 봅니다.

민주당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 안배를 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이어 "한다면 첫째로 원내로 할 건지 원외로 할 건지, 두 번째는 광주로 할지 전남으로 할지, 전북으로 할지, 그리고 남성이냐, 여성이냐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완전한 틀을 짠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에 호남 소통의 창구를 꼭 갖추길 바랍니다.

이번 새 당대표와 지도부가 오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지휘는 물론 6개월 뒤 대선까지 준비하기 위해서도 '호남 민심'과 '열성 지지'를 도외시해선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호남 정치력 복원을 기대했던 광주와 전남·북 지역민들의 우려와 상실감을 씻고 함께 나아가는 동력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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