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7일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식품접객업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해선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두 조처는 작년 11월 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중 일부로, 1년 계도기간이 부여돼 단속과 위반 시 최대 300만 원 이하인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계도기간에 규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이행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년 계도기간에도 공동체 내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가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임 차관은 종이컵 사용 금지와 관련해 "다회용 컵을 씻을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늘었다"며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에 대해서는 "대체품인 종이 빨대가 2.5배 비싼 데도 소비자 만족도는 낮다"며 "비싼 빨대를 구비하고도 고객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부는 종이컵 금지 대안으로 다회용 컵 지속 권장과 재활용 확대를 내놨습니다.
종이컵은 내부가 방수를 위해 코팅돼있지만 박리가 어렵진 않아, 따로 모으면 재활용이 비교적 쉽습니다.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금지 계도기간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때' 계도기간을 끝내겠다면서, 구체적인 시점은 대체품 시장 상황과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비롯한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도입한 일회용품 추가 규제 가운데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업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처의 계도기간도 연장했습니다.
이유는 '단속 없이도 현재 이행이 잘 된다'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 철회와 계도기간 연장을 결정한 근거와 정반대입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 사가 상반기 사용한 봉지 70%가 '생분해성'이었으며, 23.5%는 종량제 쓰레기 봉지, 6.1%는 종이봉투였습니다. 일회용 비닐봉지는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처를 두고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일회용품을 최대한 덜 쓰라고 가르칠 정도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데 대부분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규제 이행 대신 '불만이 나오니 규제하지 않는다'라고 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등의 방침이 정해진 것은 2019년 11월로 환경부에 길게는 4년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규제 안착을 위해 계도기간을 설정하고는 '계도기간에 규제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하는 것은 주무 부처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환경부는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종이컵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분리배출'을 제시했지만, 지금도 거의 안 되는 분리배출을 유도할 방법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와 관련해선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 현재 나온 방안의 전부입니다.
환경부는 소상공인에게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우수매장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시 우대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관계 부처와 협업이 필요한 사안으로 가능성만 열어둔 수준입니다.
일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등의 표를 얻기 위해 정부가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환경단체 소속 전문가는 "내년 있을 총선을 고려해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그러니 규제 포기와 유예에 대해 아무리 비판해도 환경부는 타격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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