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부대변인이 비상계엄이 이미 해제된 지난 5일, 외신 기자들에게 '계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설명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자료는 부대변인이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도 없이 외신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은 5일 오후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프레스 가이드'(PG, 보도 시 활용하는 공식 입장)를 보냈습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유 부대변인이 외신기자들에 보낸 자료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와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 내용, 그리고 '야당과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등 항목이 문답 형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개된 자료에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헌정질서 파괴라는 지적'에 대해 '국회의원 과반수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음','국회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지 않음''대통령으로서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함'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세 번째 '야당과 타협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항목에선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침', '45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70여 년 동안 이런 야당, 이런 정당은 없었다'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 부대변인은 해당 자료 출처에 대한 김영배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실에서 작성된 것"이라면서 "(대통령실) 외신 비서관실에서 개인적으로 요청을 해서 개인적 차원에서 했던 행위"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자료의 배포 시기는 비상계엄 사태 이틀 뒤인 5일로, 비상계엄의 위법성·정당성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오히려 계엄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외신에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영배 의원은 유 부대변인에 대해 "쿠데타에 동조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자료 내용에 동의하느냐"는 김영배 의원 질의에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역시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고,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 등 대변인실 당국자도 해당 자료의 배포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창호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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