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빨갱이 짓이 아니고 빨갱이 낙인을 씌워 이익을 보려는 세력의 잔혹한 국가폭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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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주 1빡에선 ‘5·18은 빨갱이 짓이다’란 가짜뉴스를 반박하겠습니다.
일단 사진 한 장 먼저 보고 올까요?
지난 3.1절 100주년 행사 때,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걸려있던 태극깁니다.
이를 본 자유한국당 한기호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극기에 청색을 없앴다, 빨갱이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회, 임시의정원에서 쓰던 태극깁니다.
난데없는 빨갱이 논란!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도 이어졌습니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 찍는 말이었습니다.”
- 문재인, 3.1절 기념사 -
이에, 동아일보는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친북정권이라고 성토했습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빨갱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흔한 말이에요.
2002년 월드컵 당시, 속된 말로 “빨갱이가 되자“는 (뜻의 Be the Reds) 티셔츠는 온 나라를 휩쓸었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빨간색 옷을 단체로 맞춰 입고 선거 운동을 펼쳤습니다. 2018년 인기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은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공연도 했는데요.
이어서 빨갱이 논란에 불을 지핀 대통령의 연설을 더 들어볼까요?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청산해야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 문재인, 3.1절 기념사 -
빨갱이가 원래부터 이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소설가 채만식은 바르고! 참되고! 정의롭고!
양심적이고! 애국적인 사람을 빨갱이라고 했는데요
“1940년대의 남부 조선에서 아름다운 것과 바르고 참된 것과 정의를 동경 추구하는 청소년들.. 그 밖에도 양심적이요 애국적인 사람들 이런 사람을 통틀어 빨갱이라고 불렀느니라”라고 설명했습니다
- 채만식 <도야지> 창비사, 1948년 10월 -
해방 이후 뜻이 달라집니다.
1947년 4월, 소련군 문서를 보면 이승만 환영 집회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박멸하라, 빨갱이들에게 죽음을’이란 구호가 나왔다”는 구절이 있고요. 같은 해, 독립 신보에는 빨갱이란 말로 민족 분열을 유발하는 행위는 건국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합니다.
“중간파나 자유주의자까지도 극우가 아니면 ‘빨갱이’라고 규정짓는 그 자들이 빨갱이 아닌 빨갱이인 것이다. 이 자들이 민족분열을 시키는 건국 범죄자인 것이다.
- 독립신보, 1947년 9월 12일 -
결정적 계기는 1948년 여순사건입니다. 이승만 정권은 좌익세력을 색출한단 이유로,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했고 국가보안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이후 빨갱이는 죽여도 되는 사람, 체제전복을 노리는 반란세력으로 찍히게 된 것이죠.
“단지 공산주의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존재, 도덕적으로 파탄 난 비인간적 존재, 국민과 민족을 배신한 존재를 천하게 이르는 말이 (됐다)”
- 김득중, <빨갱이의 탄생> -
특히 진보 정치인들이 집중 타깃이었습니다.
조봉암은 빨갱이로 몰려 사형 당했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물론이고요. 이북 피난민의 아들인 문재인 대통령도 빨갱이로 의심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빨갱이로 몰려 죽다 살아난 박정희 전 대통령도 빨갱이 낙인에 적극적이었는데요.
“빨갱이다, 저 년 빨갱이다. 지령 받고 역병 옮기러 온 빨갱이다! 저 년!”
- 영화 <스윙키즈> -
‘빨갱이다’란 한마디는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 재창출에 긴요하게 쓰인 무적의 필살기였던 셈입니다.
어른들이 흔히 쓰는 말 많으면 빨갱이, 불평, 불만 많으면 빨갱이란 말은 이런 정치, 사회적 배경이 깔려있는 거죠.
자, 이 맥락에서 전두환 신군부가 5·18을 빨갱이 소행이라고 치부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1980년 5월 21일,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담화문을 잠깐 보실까요.
“오늘의 엄청난 사태로 확산된 것은 상당수의 타 지역 불순인물 및 고첩들이 사태를 극한적인 상태로..유도하기 위하여..계획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 선동하고..”
- 이희성 계엄사령관 담화문, 1980년 5월 21일 -
5·18의 원인을 불순인물과 고정 간첩들의 자극과 선동에서 찾고 있는데요.
하지만,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군부는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 시민들을 강경진압하고 이를 통해 불법적 권력 획득을 정당화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 동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육군본부 정보참보부에서 신빙성 없는 것으로 판단한 대북 첩보를 신군부는 자신들의 권력획득을 위해 활용한 것이다“
-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 2007년 -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 <바위섬> 김원중 -
5·18 당시 섬처럼 고립됐던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이 노래처럼 빨갱이란 마타도어는 지역감정과 결합돼 호남을 정치, 사회, 문화적 소수파로 포위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면서 빨갱이를 처단하자고 외칩니다.
“온갖 대구 바닥에 빨갱이가 창궐해서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를 욕보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개새끼들을 놔두고 지고 살 겁니까”
- 유튜브 극우채널(GZSS TV) -
이같은 빨갱이 마케팅의 수혜자는 태극기 부대입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는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고 김순례 씨는 최고위원으로 당선이 됐고요. 조원진은 보수 대통합을 주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극우 유튜버들도 한 몫 톡톡히 챙기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전국구 스타가 됐어요.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3.1절 연설은 더 이상 친일과 독재로 얼룩진 역사를
용납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역사 왜곡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입니다. 새로운 100년은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 문재인, 3.1절 기념사 -
5·18은 빨갱이 짓이 아니고 빨갱이 낙인을 씌워 이익을 보려는 세력의 잔혹한 국가폭력이었습니다.
기획·구성 김태관 / 출연 정의진 / 편집 전준상 / 그래픽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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