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해 검사 2명이 룸살롱 접대를 받고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아 시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검찰이 제 식구를 감싸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우리 지역 경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무 관련자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경찰 간부들에게 '꼼수' 계산법으로 면죄부를 준 전남경찰청,
수사 종결권으로 권한이 더 커진 경찰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동탐사부 이상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광양경찰서 소속 경찰 간부 3명이 여수의 한 골프장에서 지역 운송 업체 대표와 골프를 친 건 지난해 5월.
경찰들은 수사과와 경비교통과 팀장 등으로 업체 대표와 직무 관련자들입니다.
당시 쓴 총 골프 비용은 86만 1,000 원으로, 경찰 1명이 결재한 간식비를 제외하면 1인당 17만 원의 접대를 받은 셈입니다.
은밀하게 이뤄진 골프 접대는 경찰 1명이 캐디를 성추행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소란이 커지자 전남경찰청이 감찰에 나섰습니다.
▶ 싱크 : 골프장 관계자
- "네. 한 번 오셨다고는 하는데.. 내용도 다 경찰서에 들어갔다고 하시는데 조금 난감하신지 예민한 부분이라 조금.."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직무 관련자들에게 금품이나 접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감찰 결과, 경찰 3명 모두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빠져나갔고, 성추행한 1명만 품위 유지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었을까?
전남경찰청은 골프비 86만 1,000 원을 4로 나눠, 21만 5,250원을 1인당 골프 비용으로 책정했습니다.
캐디비 3만 원씩 현금으로 캐디에서 줬다는 경찰 3명의 진술 만으로 이를 접대 금액에서 일괄 제외했습니다.
또 경찰 2명이 현금 15만 원을 대표에게 줬다는 말 만으로, 나머지 1명은 카드로 결제한 간식비를 각각 접대 금액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런 계산법을 통해 2명은 3만 5,250원, 1명은 4,250원의 접대 금액이 산출됐습니다.
이 같은 감찰 결과를 전남경찰청으로부터 전달받은 시민감찰위원회는 사회 상규상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며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싱크 : 전남경찰청 관계자
- "당사자 진술뿐 아니라 골프 관계자들 진술까지 절차에 따라서 했고 또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외부 위원인 시민감찰위원회를 개최해서.."
취재팀은 이런 계산법이 청탁금지법상 적절한지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답변서에서 인정할 증거가 없는 현금 거래로 수수 금품을 줄일 수 없다는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전남경찰청의 셈법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특히 골프 접대와 향응 수수는 청탁금지법 예외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상규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경찰의 해명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입니다.
법규와 판례를 무시한 전남경찰청의 봐주기 감찰은 전남경찰청장에게 보고됐고, 지휘부는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인터뷰 : 김철수 / 변호사
-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이 부여돼 있는 만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있어서는 그런 부분이 좀 미흡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전남경찰청은 감찰 과정과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자들이 처벌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인이 사건'과 법무차관 부실 수사에 이어 전남경찰청의 봐주기 감찰까지,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더 커진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kbc 기동탐사부 이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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