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근처서 급정거에 놀라 보행자 넘어지면 '운전자 잘못'

작성 : 2022-06-30 15:15:36
[크기변환]횡단

횡단보도 근처에서 길을 건너던 보행자가 급정거한 차에 놀라 넘어져 다쳤다면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소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A씨는 지난 2020년 4월 8일 오후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에서 길을 건너던 B양(당시 9세)을 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고 직후 A씨는 차에서 내려 B양에게 괜찮은지 물었고, B양은 괜찮다고 말한 뒤 절뚝이며 인근 상점으로 걸어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A씨는 B양을 병원에 데려가거나 자신의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사고 당일 B양은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가 B양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구호나 신원 제공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벗어났기 때문에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무죄라고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차량과 B양의 신체가 물리적으로 부딪쳤다고 단정할 수 없고, A씨가 당시 서행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운전자로서 주의의무를 다 했더라도 사고를 막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참작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해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됐다면, 보행자가 자동차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해도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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