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가야금 연주자 황승옥 "국악, 한국인의 향유 예술"(1편)

작성 : 2024-05-18 08:00:01
아버지 '육자배기' 소리 들으며 성장
심은주·이연옥·박귀희·안숙선 등 사사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보유자
한국전통문화연구회 이끌며 후진 양성
[예·탐·인]가야금 연주자 황승옥 "국악, 한국인의 향유 예술"(1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영화 속 가야금 연주 모습에 반해 입문

▲가야금 명인 황승옥 한국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은 "국악은 현재에도 한국인이 즐기고 향유하는 예술장르"라고 강조한다.

무형문화재 제18호 '가야금병창' 보유자인 황승옥 한국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은 "무형문화재란 연극·음악·무용·놀이와 의식·무예·공예기술·음식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이사장은 "무형(無形)이란 예술적 활동이나 기술같이 물체로서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며 "국악을 비롯한 전통문화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자랑스러운 우리의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황승옥 이사장은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제23회 대한민국빛고을기악대제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가야금병창 연주 장면.

이어 황 이사장은 "오는 25~26일 개최되는 제23회 대한민국빛고을기악대제전은 '대통령상 기악대회'로 국악경연대회"라며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국악을 계승할 역량있는 국악 연주가를 발굴하는 대회"라고 소개했습니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 이사장이 반세기 동안 예술열정을 불태우며 지켜온 우리 음악 국악에 대한 사랑과 예술철학을 일문일답을 통해 들어 봅니다.

◇ 굿판 구경하며 판소리 흥얼흥얼 따라해

▲국악공연 무대에서 가야금 연주자들이 가야금병창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저는 국악을 사랑하시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따라서 어릴 적부터 국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지요. 아버님께서 국악을 감상하시는 음반과 라디오 등을 통해서 가야금과 소리를 흥얼흥얼 따라하게 됐습니다. 어릴 적 아버님의 육자배기 소리를 들어서인지 약장사 굿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굿판이 열리면 저는 집에서 안보여 '승옥이 약장사 굿 보러갔구나' 했지요. 그러다 가설극장에서 '논개'라는 영화를 보면서 여주인공이 가야금을 연주 하는 것을 '아, 나도 저걸 배워야 겠다' 결심하고 아버님을 졸라 언니가 사는데 갔다 가야금 교습소라 쓰여 있어 배우게 됐습니다."

- 스승은 누구신지.

"첫 스승 심은주 선생님이십니다. 그분이 '이연옥 선생님께 소리도 좀 배우면 목이 좋아 잘 하겠다'하면서 소개해 거기서 산조와 소리를 배웠습니다. 그 후 향사 故 박귀희 선생님께 8년 사사 하다 돌아가시기 전 병원에서 '승옥아 너는 목이 좋으니 안숙선 한테 가 배워라, 소리를 잘하니 너에게 다른 선생보다 좋을 것이다'하면서 당시 마지막 제자들을 각자 맞는 선생님께 보내셨습니다. 저는 안숙선 선생님께 이수하고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온 건 스승님들의 덕분입니다."

▲황승옥 이사장은 대학 강의는 물론 국악꿈나무 제자들을 가르치며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경연대회 수상 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가야금병창을 소개한다면.

"가야금병창이란 판소리 한 대목이나 단가 등을 가야금연주와 함께 부르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아우를 병(竝)자와 소리할 창(唱)자를 씁니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뿐만 아니라 다른 광역자치단체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로도 지정돼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입니다."

- 무형문화재의 활동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면.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인 저는 가야금병창을 공연을 통해 널리 알리고, 후 세대에게 올 곧게 전승할 수 있도록 보급, 교육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매년 정기 발표회는 물론, 많은 초청공연에 출연하고 있으며, 대학교 전공학생들의 지도와 아울러 학원에서 많은 제자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 담은 국악 계승

▲다양한 국악 경연대회를 통해 젊은 국악인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사진은 국악경연대회 수상자들에게 시상을 하고 있는 모습.

-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각별하던데.

"전통문화란 당대나 현대문화 그리고 외래문화에 대응되는 말입니다. 전통문화는 과거에 생산된 것으로 과거시대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는 그 나라의 조상에서 창조되어 전승된 것으로 민족적 색채를 가지고 있어 문화의 시대성과 민족성은 전통문화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국악의 우수성에 대해.

"우리나라 전통문화 중에서 국악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국악은 우리민족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담아 계승된 예술장르로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악이 예전의 한국인들이 즐기던 음악이 아니라, 현재도 한국인들이 향유하는 예술장르라는 주장입니다.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에는 모두 전통음악이 존재합니다. 예술은 취향이 다를 뿐이지, 아속(雅俗)과 경중(輕重)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 사람에게는 중국전통음악이 자부심이며, 영국 사람에게는 영국전통음악이 자부심이고,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전통음악이 자부심인 것입니다."

▲국악 공연에 대한 청중들의 호응이 높아가는 가운데 공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국악에서 기악과 산조의 차이점은.

"기악이란 악기를 사용한 연주형태를 말하는데, 국악에서 기악은 크게 궁중연향이나 제례에서 사용한 궁중음악과 민간에서 향유한 영산회상, 대풍류, 산조 등이 민속음악으로 구분합니다. 민속음악 중에서 산조는 전라도가 본향인데, 그 이유는 전라도 무속음악인 시나위가 독주곡으로 정착한 것이 산조이며, 과거 산조의 연주자들은 대부분 전라도 출신입니다."

- 산조의 특성은.

"산조는 민속음악인 만큼 구전심수로 사사하기 때문에 유파가 상당히 많고, 같은 유파 안에서도 연주자마다 자신만의 기교를 넣어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음악성이 발휘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이 다른 악곡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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