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 2월 영암의 한 돼지농장에서 20대 네팔 이주노동자 뚤시가 숨진 채 발견돼 사망 경위를 두고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최소 9개월 전부터 농장 대표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경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해 6월 이주노동자 A씨는 업체 사장의 지시로 밤 10시부터 9시간이나 회사 화장실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기물을 파손했다는 이유였는데, 다음 날 아침 풀려난 A씨는 곧장 해고됐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주노동자 B씨가 무단 외출했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두들겨 맞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사전에 외출 승인을 받았던 터라 억울했지만, 사장의 협박을 받은 B씨는 자해했다는 내용의 거짓 합의서를 쓰고서야 퇴사했습니다.
▶ 인터뷰 : B씨 동료 / 목격자
- "사장님이 B씨 뒷목을 잡고 머리를 탁자에 두 번 내리쳤고, 벽에다가 이마를 세게 부딪치게 했습니다."
B씨 사건 이후 노동자 6명이 폭력 중단을 호소하는 영상을 촬영하자 사장은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을 시도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장의 협박과 폭행은 끝없이 이어졌는데, 또 다른 노동자 C씨는 무릎을 꿇고 사죄한 뒤에야 퇴사할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C씨 동료 / 영상 목격자
- "영상 속 C씨가 사장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 손을 모아 빌었습니다."
지난 2월 참다 못한 노동자들은 "더는 일을 할 수 없다"며 항의에 나섰고, 사장은 뚤시의 친구 2명을 주동자로 지목해 해고했습니다.
생지옥과도 같은 환경에 노출된 뚤시는 1주일 뒤 극심한 우울 증세를 보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인터뷰(☎) : 우다야 라이 /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 "다른 노동자들이 그렇게 당하고 자기도 그렇게 사장한테 폭행도 당하고.. (극단 선택에)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경찰은 지난 20일 업체를 압수수색 했고, 사장의 휴대폰 등을 확보해 분석 중입니다.
지난 1년간 이 업체에서 해고된 이주노동자들은 30여 명.
노동당국은 오래전부터 사장의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업체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BC 조경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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