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의 한 아파트에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이곳에 나타난 사람들은 '바람꽃주거환경개선봉사단'(바람꽃 봉사단) 단원 15명입니다.
이들은 이 아파트 상가 2층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작은 공간에 경로당을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일손을 거들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이 봉사단의 대표는 박병기 광산구자원봉사센터이사장입니다.
단장은 최영자 씨가 맡고 있습니다.
이들이 찾아온 아파트는 약 30년 전인 1995년에 110세대 1개동으로 지어진 소규모 아파트로 상가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당연히 작업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장판과 벽지를 떼어 내고 곰팡이를 제거하는 청소를 하느라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엔 싫은 기색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수리 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지고 각자 맡은 일들을 능숙하게 해내느라 34도를 웃도는 폭염조차 느낄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 코로나19 당시 '우리 동네 영웅' 선정
단장 최영자 씨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봉사 여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단장은 2015년부터 매달 신촌 그린공원에서 어르신 100여 명을 모셔 음식을 제공해 온 '영자의 밥상'으로도 유명합니다.
최 단장이 이끄는 바람꽃 봉사단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집수리 봉사활동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장강박증으로 물건을 제때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쌓아 두는 취약계층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을 돕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 실적만 해도 100여 회가 넘는다고 합니다.
최 단장은 가야금, 판소리, 우쿨렐레 등 재능 기부 공연을 개최했고, 마을 방범단 활동, 수해 지역 복구 활동 등 봉사활동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최 단장은 202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과 주민을 지킨 광주의 '우리 동네 영웅'으로 선정됐습니다.
◇ 봉사단 후원 활동 및 휴식 공간 제공
이 봉사단의 든든한 후원자는 대덕치과 박병기 원장입니다.
박 대표는 광산구의 한 치과병원의 의사로 원래는 토요일에도 진료를 하지만 이날은 특별히 시간을 내 기꺼이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일반 단원들과 똑같이 창틀을 닦고 먼지를 털어내느라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자원봉사센터의 이사장이기도 한 박 대표는 1993년부터 광산구 우산동에 치과를 개업해 32년째 운영하고 있는 토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부터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이사로 활동하던 그는 바람꽃 봉사단이 창단되던 2017년부터 대표를 맡아왔습니다.
박 대표는 봉사단의 후원 활동을 했고, 봉사단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박병기 대표와 최영자 단장 등 바람꽃 봉사단원들이 꾸준히 봉사할 수 있는 원천은 이웃의 행복한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최 단장은 "저장강박증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 1t 이상의 쓰레기를 제거하고 도배장판과 가구 정리 정돈이 끝났을 때의 그 기쁨은 정말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는 "몸이 불편한 편모슬하의 아이들이 바람꽃 봉사로 자신의 방이 생기고 필요한 컴퓨터를 구해주었을 때 그 기쁜 표정을 대하는 것은 정말 제 마음까지 기쁘게 한다"며 "바람꽃 봉사단으로 인해 세상이 더 아름답게 꾸며지고 있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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