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역대급 불경기'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IMF가 나았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지난해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수는 광주에서만 2만 6천여 명에 달합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실태와 대책을 이틀에 걸쳐 살펴보겠습니다.
고우리 기자가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카페 3곳과 커피 원두 납품 회사를 운영하는 박인하 씨의 올해 목표는 생존입니다.
지난달에만 원두를 납품하는 카페 3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카페들조차 주문량을 30%가량 줄였습니다.
▶ 인터뷰 : 박인하 / 12년째 카페 운영
- "생두 원가도 30%씩 인상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저희도 사실 판매가를 30%씩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저희도 마진을 줄여서 버티고 있는 게 올해는 현실입니다."
대인시장에서 45년째 장사를 하는 김상철 씨는 요즘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루 종일 가게 문을 열어도 용돈벌이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 인터뷰 : 김상철 / 45년째 잡화점 운영
- "단돈 5~6만 원이라도 나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안 나와. 그래서 건물 하나 맡아서 청소도 하고 그래요. 몇십만 원이라도 벌게."
음식점, 옷 가게, 헬스장 등 업종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골목상권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지은 / 10년째 헬스장 운영
- "옛날에는 PT 선생님들마다 수업하시는 분들이 좀 많았으면 요새는 다른 헬스장 가서 보면 수업하시는 분들은 한두 명 이 정도밖에 없거나 아니면 개인 운동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거나"
지난달 광주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 지수는 69.9, 전남은 67.4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 바닥입니다.
매출 부진은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4년여 동안 음식점을 운영했던 A씨는 지난해 12월 매장을 정리했습니다.
코로나 때 진 빚을 갚고 나니 남는 게 없었습니다.
▶ 싱크 : A씨(음성변조)/4년간 음식점 운영
- "사람 많이 오니까 돈 많이 벌겠네 하는데 저희도 인력을 최소한으로 쓰고 정말 아낀다고 해도 일반적인 중소기업 총무보다도 훨씬 낮은 급여로 생활해야 하는 거예요"
지난해 A씨처럼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는 광주 2만 6천 여명, 전남은 3만 여명이었습니다.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규제를 받던 코로나 때(2020~2022년)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폐업률로만 보면 광주(11.8%)는 인천(12.1%)에 이어 전국 2번째로 높습니다.
산업 기반이 약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 광주·전남.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극한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KBC 고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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