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화가의 감성이 빚어낸 '제주의 아포리즘'

작성 : 2025-01-12 14:00:01
박노식 시인·이민 작가 시화집 『제주에 봄』 출간
제주 숨겨진 매력 100편의 시와 그림에 담아
계절마다 색다른 풍광..4·3 치유 염원 가득
▲ 시화집 『제주에 봄』

불온한 소식들이 을씨년스럽게 너울지는 한반도의 을사년 1월 겨울은 하얀 눈발이 온통 산하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층 아래 어디쯤에선가 봄은 숨죽이며 묵은 겨울을 밀어낼 채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제주도에서 시인과 화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제주의 봄'을 한 권의 시화집에 담았습니다.

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가 시화집 '제주에 봄'(스타북스刊)을 펴냈습니다.

이번 시화집에는 대학동문 관계인 두 사람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각각의 글과 그림은 화사한 미적 감성을 바탕으로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다채롭게 펼쳐냈습니다.

▲ 이민 작 '표선'

제주는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눈부신 풍광 너머 속살에는 4·3이라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간결한 글과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이 실린 이 책은 누구나 부담 없이 보고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기억을 지우려는 고통보다
차라리 그 기억의 고통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인내가
당신의 내일을 아름답게 만들지도 몰라요

텅 빈 마음은
아주 오랜 기다림이 만들어낸 통증이에요.
이럴 땐 가장 쓰라린 일들을 데리고
절벽에 올라 놓아버려야 해요.

울지 않아도 계절은 찾아와요.
그저 마음을 비우고 떠나면 되는 거예요.
미끄러지듯 외길을 따라 혼자 걸을 때
가슴에는 이미 새길이 나 있을 거예요.

제목을 따로 붙이지 않은 일련의 시편들에는 갖가지 감정이 투영된 시적 화자의 목소리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집에는 제주도의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비롯해 새벽과 아침, 낮과 저녁, 밤 등 시간대별 풍경이 다채롭게 흐르고 있습니다.

노란 물결의 꽃들이 가득한 제주도 봄의 풍경, 해질녘 등대를 배경 삼은 붉은 바닷가, 새벽하늘과 어우러진 해안가 등 책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그림과 이에 맞는 글귀들이 감성을 자극합니다.

▲ 이민 작 '감귤 집'

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박노식 시인은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습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 큐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 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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