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30대에 만난 동갑내기 지인 12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봉사단체 '광록회'가 어느덧 24년이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경험도 넓힐 수 있어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도산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관호 광록회 회장은 "틀에 박힌 공무원 생활 속에서 잠시 짬을 내 회원들과 함께 땀 흘린 시간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회장은 올해 소방공무원 34년 차로, 현재 광산소방서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가 광록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11월 창립 때부터로, 발기인으로 참여해 오늘날까지 24년째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초창기 12명의 발기인은 1965년생 동갑내기들로 광산구 관내 공무원, 약사, 사업가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밝고 푸르게 살자'는 뜻이 담겨단체 이름을 광록회(光綠會)로 지은 것은 패기 넘치는 30대로서 '밝고 푸르게 살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광록회의 활동 목표는 '봉사의 기본 가치와 이념을 인식하고 헌신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특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가정이나 단체를 발굴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매달 4만 원씩(2024년부터 5만 원) 회비를 거두어 비인가 복지단체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거노인, 결손가정, 차상위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후원과 노력 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때때로 황룡강 등 광산구 관내 자연환경에 대한 정화 활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 61명으로 늘고 재정도 확충현재 회원 수가 61명으로 늘어난 광록회는 4개 팀으로 나뉘어 매달 한 차례 복지시설을 방문해 청소와 개보수 등 땀 흘리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월 월례회 때 활동 결과를 보고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초창기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소화성가정'과 자매결연을 맺고 장애우를 돌보다가 인가단체로 전환돼 정부 지원을 받게 되자 '애일의집'으로 옮겨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지원은 현금보다는 책상, 가구, 싱크대, 컴퓨터 등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현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시설을 방문해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를 하면서 땀을 흘릴 때 오히려 내가 변화되고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봉사의 행복감을 전했습니다.

감사 편지를 보내왔을 때 뿌듯한 보람아울러 "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에게 대학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졸업 후 은행에 취업해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을 때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훈훈한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광록회는 매년 3월 정기총회를 개최하는데 이때 사업 보고와 함께 장학금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돕고 있습니다.
광록회는 회원들의 회비 수입뿐 아니라 수익사업 일환으로 대리운전 콜회사를 설립해 재정 확충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기본재산은 1억 2천만 원이 모아졌으며, 전세로 회관을 마련해 안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광록회가 해산하게 될 경우 남은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도록 결의했습니다.
한편, 1991년 6월 광주소방서에 입문한 김 회장은 34년 소방관 생활을 끝으로 오는 6월 정년퇴직할 예정입니다.
그는 주마등처럼 흘러간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깊은 감회에 젖었습니다.
소방관이셨던 부친의 권유로 대학 4학년 1학기 때 임용 시험에 합격해 곧바로 소방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큰 탈 없이 마무리 기쁘게 생각"근무 6개월쯤에 해양도시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진화 과정에서 탱크로리 10m 아래에 접근했다가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동시에 불씨가 장화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큰 위협을 느꼈습니다.
이후 한동안 소방관 직업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으나 선배들의 격려와 보살핌으로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는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 철거 건물붕괴 사고, 강원도 고성 산불 등 굵직한 현장에 출동해 수습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 한편 북부소방서 과장 때 광주교도소 긴급구조 훈련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이 보람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아울러 "남들은 공무원을 안정적인 직업이라며 부러워하지만 저희 소방공무원들은 항상 위험한 현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다행히 큰 탈 없이 소방관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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