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이제 막 한글을 깨친 시골 할머니들의 그림일기 책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글귀에 해외 전시까지 열립니다.
이상환 기잡니다.
【 기자 】
빨간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할머니들에게 한 권의 책이 전달됩니다.
책 제목은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3년 전만 해도 한글을 몰랐던 20명의 할머니 작가들이 환희와 고난의 인생 순간을 그림 일기로 펴냈습니다.
▶ 인터뷰 : 황지심 / 한글교실 학생
- "(글을 몰라서) 버스도 못 타고 부녀회도 못하고 항상 한이 됐는데 (책이 나와서) 너무 쑥스러웠어요. 작가라고 하니까. "
장선자 할머니는 그림 일기로 남편과의 첫 만남을 추억했고,
▶ 싱크 : 장선자 / 한글교실 학생
- "구멍 뚫린 양말 사이로 보이는 하얀 엄지발가락이 나왔습니다. 멋있어 보이고.."
정오덕 할머니는 글을 배워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 싱크 : 정오덕 / 한글교실 학생
- "지금 같으면 부녀회장을 백 번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70여 편의 그림일기가 담긴 단행본은 한 출판사의 제의로 출간됐고, 3천부 넘게 팔려 현재 두 번째 판이 인쇄 중입니다.
오는 4월엔 미국에서 그림일기 전시회가 열리고, 이탈리아 볼로냐 북페어에도 초청됐습니다.
▶ 인터뷰 : 김순자 / 한글교실 교사
- "글만 깨우쳐서 읽고 쓸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신 분들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게 우리 학생들도 실감 안 난다 그래요. "
삶의 질곡 때문에 배움의 때는 놓쳤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은 할머니들의 그림일기가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kbc 이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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