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흙에 살리라' 박치백 씨 "30여 년 공직 마치고 배 농사꾼 됐어요"

작성 : 2025-01-26 09:30:01
34년 공무원 생활 마치고 농부로 변신
나주 금천면에서 배밭 일구며 '인생 2막'
"4월 하얀 배꽃 향기 맡으면 최고 행복"
[남·별·이]'흙에 살리라' 박치백 씨 "30여 년 공직 마치고 배 농사꾼 됐어요"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 자신의 배 과수원에서 포즈를 취한 박치백 씨

작년 6월 말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 34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농부로 변신한 61살 박치백 씨.

전남 나주 세지가 고향인 그는 중학생 때까지 집안 농사일을 도운 터라 은퇴하면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그는 4년 전 전남 나주시 금천면 신가리 소재 배밭 415평을 구입해 배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그가 선뜻 이 땅을 사들인 데에는 장인이 25년 전 야산을 손수 개간해 배밭으로 일궈온 사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도시 생활을 해오다 흙내음을 맡으니 고향의 포근한 느낌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 박치백 씨 소유 배 과수원 가는길

◇ 27가구가 모여 사는 신가리 당가마을
취재차 금천면 신가리를 찾았을 때 그는 털모자를 쓴 채 장화를 신고 800여m 샛길을 걸어 큰길까지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는 이날 꽃눈 제거와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과수원이 있는 신가리 당가마을은 27가구가 배 재배와 밭농사를 짓고 살고 있는 한적한 마을입니다.

산 구릉에 자리한 과수원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배나무밭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멀리 광주 무등산과 나주 금성산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10여 평 남짓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한 켠에는 황토방 쉼터를 마련 중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43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에 홍역을 겪고나서 대책을 세운 것이라며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관정도 새로 팠다고 설명했습니다.

▲ 꽃눈 제거와 가지치기 작업하는 모습

인터뷰 도중 어디선가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는 "청계 몇 마리를 키우는데 닭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옛 시골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4월 벚꽃이 지고 난 후 배꽃이 피는데 달빛 아래 진줏빛 배꽃 향기를 맡으면 저절로 황홀경에 빠져든다"고 봄날 과수원의 정취를 서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 장인으로부터 과수농사 노하우 전수받아
8자매 딸부잣집 5번째 사위인 그는 공무원 재직 때는 주말이면 이곳에 내려와 장인으로부터 과수농사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때때로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로부터 교육을 받았습니다.

2년 전 장인이 돌아가시고 작년 1월 공로연수 기간부터 혼자서 415평 밭에 심어진 54그루 배나무를 관리하며 본격적인 과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집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흑석동으로 이곳까지는 승용차로 30분가량 걸립니다.

요즘에는 동절기라 일주일에 3~4일 정도 과수원에서 머무는데, 본격적인 농사철에는 날마다 와서 하루 종일 일손을 놀려야 합니다.

▲ 금천면 신가리 배 과수원 풍경

배 과수원은 다른 밭작물과 달리 거의 1년 내내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1월 이맘쯤에 가지치기를 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2월에는 과일이 잘 열리도록 거름과 퇴비를 뿌려줍니다.

3월에는 농약을 치고 3~4월에는 가지가 겹치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줍니다.

4월에 꽃이 피면 수분작업을 해주고, 5월~6월 초 배 봉지 싸주기를 하는데 이때가 가장 바쁠 때입니다.

탄저병을 예방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후 봉지 작업을 하는데 하루 안에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한그루에 150개 정도의 봉지를 씌우는 데 54그루를 혼자서 감당하려면 눈코 뜰 새가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 토질이 황토흙이어서 당도가 높아
또한 5월에는 적과(솎아주기)도 해주어야 합니다.

이어 한여름이 되면 풀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도처에 무성히 자란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수확기는 추석 무렵인 9월 중순에 시작해 10월 초순이면 모두 끝납니다.

그가 재배하는 배의 품종은 '신고'로 토질이 황토흙이어서 당도가 높은 편입니다.

보통 배의 당도가 11브릭스인데 반해 13~14브릭스로 좋습니다.

▲ '신고' 배의 특성을 설명하는 박치백 씨

그는 "이번 설 명절 배 가격이 작년보다 50% 이상 올랐다"며 "작년 여름 폭염으로 인해 수확량이 대폭 줄어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날씨가 뜨거우면 열과현상으로 당도가 떨어지고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열대과일에 밀려 배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지난해 배 농사 수입이 얼마였느냐고 묻자 "조수입 800만 원, 농약과 자재비를 제외한 순수입은 500~600만 원가량"이라며 "재배면적이 2천 평은 돼야 어느 정도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생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소일거리로 하는 거라 해볼 만하다"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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