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명절 장날이면 인근 도로가 꽉 막힐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해남읍에 거주하는 주민뿐 아니라, 면 단위에 사시는 분들까지 이곳에서 장을 봤어요."
전남 해남읍 고도리 해남5일시장에서 부인과 함께 침구를 파는 일광상회를 운영하는 80살 김광원 씨(전 해남5일시장 상인회장)는 활기 넘치던 옛 5일시장의 풍경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1945년생인 김 씨는 해남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살다가 10년 전 고향의 품이 그리워 다시 내려왔습니다.
◇ 인구가 많이 줄어 장날에도 한산
김 씨는 예전에는 상가들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날 위주로 물건을 사고팔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길이 비좁았으며 포장도 되지 않았다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해남은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수산물이 풍성해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인구가 많이 줄어서 장날인지 평일인지 모를 정도로 한산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해남 5일시장은 해남천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일제강점기 제법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1919년 3·1운동 만세 소리가 울린 곳도 이곳 시장에서였습니다.
당시 해남 5일시장은 현재의 매일시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이 늘어나며 공간이 협소해졌고 쓰레기가 해남천 상류로 흘러들어 악취가 발생하는 등 오염이 심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남5일시장은 1932년 현 위치인 고도리로 이전했습니다.
이전된 이후 시장에는 총 281개의 점포가 들어섰는데, 음식점 48곳, 수육판매소 3곳, 잡화와 어물전, 공중화장실까지 갖춘 큰 규모의 중앙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 한때는 남도의 대표적인 시장
5일시장이 고도리로 옮겨오며 시장 부근에 점포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점차 큰 저잣거리가 형성되면서 해남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군내 송지와 북평 뿐 아니라 완도와 강진군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고 하며,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하거나 사주를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해남과 주변 지역의 온갖 소식들이 5일시장에서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남도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성장한 해남5일시장은 그동안 장옥을 신축하기도 하고 주차장과 화장실을 갖추는 등 현대화를 추진했으나 농촌인구 감소로 찾는 발길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해남군은 2019년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해남읍 5일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리모델링 사업 등을 추진하며 새로운 100년 전통의 5일시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컨테이너 설치를 시작으로 3월 전기·통신·차양막 공사, 4월 어물전 17개 점포이전, 옥상정원과 가족마실 복합커뮤니티센터 조성공사 등을 통해 새롭게 단장하고 있습니다.
◇ 어물전 분리시켜 소비자와 상인들 불편
하지만 작년 추석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준공이 늦어지고 있어 상인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공사를 위해 임시로 점포를 이전하면서 어물전을 별도로 분리시켜 놓은 바람에 설 명절 장 보러 나온 소비자와 상인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김광원 씨는 "계엄령 사태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리모델링 공사가 장기화 되다보니 임시 점포에서 제대로 설 대목장사를 할 수 없어 상인들의 원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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