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가 최근 두 달간 20만 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 사태 당시 수준인 550만 명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보다 적습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앞둔 지난 2023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것입니다.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자 수는 작년 11월 570만여 명보다 20만 명 이상 감소했습니다.
자영업자 수를 연도별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 명), 1998년(561만 명),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600만 명), 2009년(574만 명)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2009년부터 500만 명대로 줄어든 자영업자는 줄곧 560만∼570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550만 명대로 줄었습니다.
이후 엔데믹 직전인 2023년 1월 549만 명까지 줄어든 뒤 회복세를 이어오다 작년 말 다시 급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감소는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리두기 등 조치가 해제된 지 오래됐지만 외식 등 외부 소비를 줄이는 소비 행태는 그대로 굳어있다"며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작년 말 자영업자 급감한 것은 '코로나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희망을 갖던 자영업자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한 영향"이라며 "아직 버티고 있는 이들이 많아 자영업자 수는 올해에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각종 지원 정책이 끝나고, 내수 침체가 계속 이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영업자들도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등으로 영업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합니다.
부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코로나 때부터 꾸역꾸역 버티던 점주들이 두 손 들고 장사를 접고 있다"며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커진 데다 물가가 많이 올라 원재료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 경영난의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도 "버터부터 밀가루, 우유 등 가격이 안 오른 재료가 없는데 손님은 계속 줄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자영업자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원자재·재료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으로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습니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3%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은 72.0%, 증가했다는 응답은 28.0%였습니다.
올해도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62.2%, 61.2%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을 포기하는 이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당장 우리 주변에서 배달 로봇이나 키오스크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을 포기한 이들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일자리 대개혁' 수준의 중장기적인 일자리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석 교수도 "외환위기 등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면서 자영업자를 늘려왔다"며 "이제 창업에 대한 지원 대신 폐업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자리 연계 사업 등에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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