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우울증 있어도 업무가 악화시켰다면 순직"...인사처 판단 뒤집은 법원

작성 : 2026-01-05 07:40:01
▲ 자료이미지 

전보 발령 이후 극심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진 공무원에게 법원이 공무상 질병을 인정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고(故)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지난 2006년 교육행정직으로 임용된 A 씨는 2022년 1월 한 학교의 행정실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자 보직은 처음이었던 A 씨는 부임 직후 두 달간 60시간이 넘는 시간 외 근무를 하며 업무에 적응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생소한 업무와 책임감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질병 휴직 후 복직했으나 한 달 만인 2022년 8월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사망에 이를 정도의 업무적 소인이 없고, 의학적 근거도 부족하다"며 순직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과거 우울증 진료를 받은 적은 있으나 5년간 진료 내역 없이 건강하게 근무해 왔다"며 "행정실장 부임 이후 가족과 지인에게 고충을 자주 토로하고 급격히 증상이 악화된 점을 볼 때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A 씨가 상담 과정에서 "다른 직원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며 자책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재발시키고 악화시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이 기질적으로 취약한 면이 있더라도, 공무 수행 중 겪은 스트레스가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면 국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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