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만 원 수도세 폭탄 "원인·확인 절차 없었다"

작성 : 2019-09-30 05:10:33

【 앵커멘트 】
평소에 2만 원 안팎이었던 수도 요금이 160만 원 넘게 나왔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실제로 나주의 한 가정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후속 조치도 황당합니다.

검침원이 임의로 누수 접수를 한건데, 원인 조사도 확인도 없었습니다.

정의진, 고우리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 기자 】
배영모 씨는 최근 수도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엔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정도 나오던 요금이 4월에만 160만 원 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용량은 15톤에서 무려 1천 톤이 늘어난 1천 15톤.

▶ 인터뷰 : 배영모 / 수도요금 민원인
- "161만 7천 원이 나왔다고 그러면 이게 10년 치입니다. 이걸 이렇게 내라고 하면 누가 동의하고 낼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더욱 황당한 건 배 씨 측의 동의 없이 검침원이 먼저 수자원공사 측에 '누수'로 접수를 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배영모 / 수도요금 민원인
- "누수로 일단 접수를 시켜놨으니까 자기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 대신 이건 누구한테도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 하면서 공사하는 척해서 삽으로 파는 모습을 찍어서 3장을 보내주면 그걸 상하수도과에 올려서 감면을 해주겠다"

검침원은 선의로 한 행동이었다고 말합니다.

▶ 싱크 : 수도요금 검침원
- "누수가 됐는지 안됐는지 모르죠. 근데 정상적인 상황에선 그렇게 많이 나올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뒤늦게 '가짜' 누수 공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자원공사 측은 사용자에게 부과됐던 당초 요금 160만 원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싱크 : 수자원공사 나주수도관리단
- "방법 없죠. 현재 감면해드린 요금 있지 않습니까? 그걸 납부를 독촉을 해야되죠"

▶ 스탠딩 : 정의진
- "사라진 물 1천 톤에 대한 원인 조사와 누수에 대한 확인 절차도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어서 고우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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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수도급수 조례안입니다.

"누수의 경우 정상적으로 사용한 3개월 평균 사용량을 초과한 양의 50%를 감면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배 씨가 검침원의 안내에 따라 제출한 건 누수 공사를 한 것처럼 찍은 사진 3장과 비용이 적힌 영수증 뿐.

이마저도 직접 제출하지 않고 검침원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냈지만, 곧바로 백만 원을 감면받을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배영모 / 수도요금 민원인
- "161만 7천 원에서 감면된 금액이 한 55만 원 정도 됩니다 이걸 받기 위해서 그렇게 거짓말로 한다는 것 자체가 .."

수자원공사 측은 제출된 서류만 받을 뿐, 실제 누수가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 싱크 : 수자원공사 나주수도관리단
- "우리는 그걸 믿고서 감면을 해드리고 있거든요 (확인 절차가 조금 더 철저해야 됐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네, 그 점은 저희도 한 번 더 느꼈습니다. 저희가 검침원을 다 확인하긴 어려운 부분이라.."

말 그대로 1천 톤의 물이 증발됐지만, 조례에 명시된 '누수'가 아닌 이상 원인 조사도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게 수자원공사 측의 주장입니다.

결국 160만 원이 넘는 수도 요금이 부과된 원인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런 주먹구구식 행정, 나주시만의 일이 아닙니다.

광주 서구와 광산구에서도 올해에만 천 3백여 가구에 수도 요금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모두 검침원이 직접 가보지 않고 허위로 사용량을 적게 보고하다 남은 양을 한꺼번에 부과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 인터뷰 : 정영일 / 동강대학교 교수
- "매우 전근대적이고 주관적인, 전근대적인 행정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부분들이 시스템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구와 제주도 등에선 이런 피해를 막고자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도 사용량을 파악하고, 누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허위 검침 피해를 막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c 고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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