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황룡강 평동대교와 장록습지

작성 : 2025-02-12 09:40:43
수달·삵·새호리기·흰목물떼새 등 서식
평동대교, 황룡강 상징 용머리 조형물 눈길
중보교 수문, 취수탑 등 수자원 활용 흔적 뚜렷
장록교에는 '뽕뽕다리' 옛 추억 아련히
환경부 지정 국가습지..생물 다양성 풍부

▲ 평동대교에서 바라본 황룡강과 장록습지

황룡강 평동대교는 전남 나주에서 광주 시내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평동국가산단 진입도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리의 문패'라 할 수 있는 교량판 조형물이 용머리 조각상으로 장식돼 있어 오가는 운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화강암을 조각해서 만든 용머리 조형물은 황룡강(黃龍江)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상징물로 추정됩니다.

커다란 입을 벌리고 용틀임하는 용의 모습이 꿈틀대는 강물과 어우러져 생동감을 안겨줍니다.

1960년대 초까지 다리 부근(송촌동 1-3번지 모정 아래) 강변에는 군용비행장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 평동대교에 세워진 용머리 조형물

평동대교를 지나면 드넓은 둔치에 잔디광장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잔디광장은 주차장을 비롯 인라인스케이트장,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겨울인데도 파크골프장에는 동호인들이 팀을 이뤄 라운딩하는 모습이 활기차 보입니다.

그 주변으로 억새군락이 은빛 물결을 이루며 호밀밭처럼 이어집니다.

강줄기는 여기에서 급하게 방향을 틀어 만곡을 이루는데, 빠른 물살로 인해 광활한 퇴적층이 펼쳐져 있습니다.
◇ 환경부가 지정한 광주에서 두 번째 국가습지

바로 이 일대가 장록습지로 2020년 12월 8일 광주에서 두 번째로 환경부가 지정한 국가습지보호구역입니다.

다양한 수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수변식물이 잘 보존된 구간입니다.

장록습지는 황룡강 하류 273.5㏊ 규모로 호남대 앞 황룡강교부터 광주공항을 거쳐 영산강 본류 합수터 언저리까지 7.8㎞에 달합니다.

장록동을 비롯해 일대 서봉·지죽·선암·송촌·도산·복룡·황룡·송대동 자연녹지역을 포함하는 광활한 구역입니다.

▲ 수변공원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시민들

국립습지센터 정밀조사 결과, 60년 이상 자연지형을 유지해 오면서 하상퇴적지형과 하중도가 발달하고,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로 확인돼 관리·보존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습니다.

또한 주변경관이 우수하고, 원형이 잘 보전된 도심 내 하천습지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는 멸종위기종 수달·삵·새호리기·흰목물떼새를 포함해 육상곤충·식물·식물플랑크톤·조류, 무척추동물·어류·포유류·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황룡강은 습지가 많은 까닭에 도시의 공기를 정화해 내고 폐수오염을 걸러내는 역할도 묵묵히 해내고 있습니다.

▲ 장록습지 보호지역 안내판
◇ 중보교에 세워진 6·25참전 순국용사 진혼비

평동대교와 장록교 중간쯤 강물이 휘어지는 만곡 지점에서 중보(中洑)다리가 나옵니다.

선운지구를 흘러온 작은 물길이 황룡강과 합수되는 곳입니다.

중보다리와 송정제(강뚝)가 연결되는 모퉁이 한 켠에 작은 돌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6·25 참전 순국용사 진혼비입니다.

2007년 6월 25일 호국용사들을 추모하고 그 뜻을 깊이 계승하여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동민들이 건립한 것입니다.

전병순, 차덕재, 정길록, 박금철, 김민웅 등 어룡동 출신 순국용사 다섯 분의 공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산책로는 송정제 제방도로를 따라 90도로 꺾입니다.

이제부터 제방도로와 나란히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 걷습니다.

장록교 방향을 기준으로 우측은 황룡강 둔치이고, 좌측은 주택과 농지, 공장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 평동대교 옆에 자란 수령 100년이 넘는 당산나무

데크길을 걸으며 도시 뒷골목과 강 사이의 대비된 풍경을 한눈에 담게 됩니다.

뭔가 어수선하면서도 자연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데크길 곳곳에 쉼터 겸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장록습지의 풍광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중보교와 장록교 중간 금호타이어공장 인근에 오래된 취수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마도 한때 금호타이어 공장의 공업용수를 끌어오기 위해 사용되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둔치에 잔해처럼 남은 겨울 수풀을 바라보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장록교에 다다릅니다.

나주 쪽에서 비추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게 환합니다.
◇ 인도 없는 장록교 보행자 통행 불안

▲ 장록교에 인도가 없어 자전거 운전자가 차도를 이용하는 모습

강물에는 물새들이 한가로이 유영하며 그들만의 영토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저만치 장록교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장록교는 평동과 송정동을 잇는 왕복 2차선 시멘트 교량입니다.

인도가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들이 차량과 섞여 불안하게 건너기 일쑤인데 곧 왕복 4차선 교량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제방도로는 이 부근에서 막혀있어 계속 걸으려면 건너편으로 우회해서 건너야 합니다.

장록교 자리에는 예전에 공사장 안전발판으로 쓰이던 구멍 뚫린 철판(일명 아나방)으로 가설한 '뽕뽕다리'가 있었습니다.

뽕뽕다리는 이곳 외에도 양동 발산마을과 방림동에도 설치돼 있었습니다.

철판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여성들과 아이들은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며 건너느라 무서워서 쩔쩔매기도 했습니다.

▲ 장록교 자리에 세워진 것과 비슷한 발산 뽕뽕다리

광산 토박이인 강성수 원로시인은 젊은 시절에 건너다녔던 뽕뽕다리의 추억을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뽕뽕다리가 설치되기 전에는 철제빔으로 만든 임시다리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건너다가 종종 떨어져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뽕뽕다리 양편에는 돼지고기나 순대를 안주로 파는 주막집이 몇 채 있었습니다. 뽕뽕다리가 가설된 후에도 줄을 이용한 나룻배는 계속 운행되었는데, 주로 여자들과 아이들이 뽕뽕다리가 무서워서 줄배를 이용했습니다. 통상 배에는 10명 정도가 타는데, 사공이 나이가 많아 힘에 부치면 젊은이들이 함께 줄을 당겨서 돕곤했습니다. 낭만적이고 정겨운 모습이었죠"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처럼 뽕뽕다리는 여름철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서뿐 아니라, 아련한 추억이 물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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