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년퇴임 '한국 교육 멘토'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작성 : 2025-02-11 09:26:45
100여 편 논문, 20여 권 저서 통해 교육 발전 기여
늦은 밤까지 연구실..'희망의 등대'로 불려
생성 AI 부작용 최소화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강연과 저술 활동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
"교육대학교를 특수목적대로 유지 발전..큰 보람"

▲ 연구실에서 박남기 교수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논쟁 주제 가운데 하나가 교육 문제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각자의 입장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육 현장에서 끊임없는 연구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온 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교수가 이달 말로 정년퇴임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원, 사단법인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냈습니다.

이어 1993년 광주교육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돼 32년간 재직하면서 기획실장과 총장(2008.10~2012.10)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또한 100여 편의 논문, 20여 권의 저서를 통해 교육 발전에 기여했으며, 특히 1,000여 편의 칼럼, 1천여 회의 강연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통해 '한국 교육의 멘토'로서 한국 교육의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박 교수는 오는 12일 오후 2시 광주교대에서 퇴임식 및 고별강연을 가질 예정입니다.

퇴임을 앞둔 박남기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30여 년 교육자로서의 보람과 성취, 그리고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개교 225주년 기념 최고동문상 수상

- 정년퇴임을 앞두고
"신임 교수로 발령받은 게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32년이 흘러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요. 총장으로서 그리고 평교수로서 더 훌륭한 교사 양성기관을 만들고자 애써왔던 지난날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미처 못다 한 소망은 이제 남은 구성원들에게 넘기며 정든 광주교대를 떠납니다."
◇ 교과부와 MOU 성사..일반대와 통폐합 막아
- 총장 재직 중 가장 보람 있던 일
"2011년 초 갑작스럽게 전국교육대학교총장협의회장직이 맡겨졌습니다. 젊은 총장이 자기대학만 위해서 뛰지 말고 전국교육대학교를 위해서도 뛰라는 의미라며 부탁을 해와 고사하다가 기꺼이 봉사하기로 했습니다. 총장협의회를 맡았으므로 내가 알고 있고,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전국교대와 나누고 싶어서 회의 때마다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전국교대가 하나의 교대처럼 움직여가도록 하기 위해 어떤 기관과 MOU를 체결하더라도 희망하는 교대는 모두 동참하도록 격려하고,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1년 가을 한국교총을 통해 제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전국교육대학교가 총장공모제 안을 받아들인다면 교육대학교를 인근종합대학교에 통폐합하고자 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대신 교육대학교를 특수목적대학교로 유지 발전시켜 갈 수 있는 토대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교대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확대, 박사과정 신설, 교원교육 국제화 지원 등을 추가로 요청하며 정부와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몇 달간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체중이 과거 대학원 석사 시절만큼 크게 빠졌고, 정신적으로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순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무사히 교과부와 MOU를 성사시켜 일반대와의 통폐합이라는 큰 파고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오해와 비판도 많았습니다. 이는 훗날 교대 역사 속에서 그 공과가 새롭게 조명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강연 후 찍은 사진

- '희망의 등대'라고 불리던데.
"제 연구실이 교수 연구동인 연진관 3층 첫 번째 방이었기에 학생들 눈에 잘 띄었습니다. 1993년 임용 초기에는 오후 6시가 넘으면 연구동 문을 닫는 실정이어서 대학본부에 연구동을 24시간 개방하도록 요청하여 거의 매일 자정까지 연구실을 지켰습니다. 그러한 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밤늦게 귀가하던 학생들이 불 켜진 제 연구실을 보고 '희망의 등대'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제 연구실을 방문한 학생들과의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1997년에는 『예비교사 눈에 비친 초등교원 양성 교육의 현주소』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 교육의 출발점, 가르침의 대상에 대한 사랑

▲ 저서 '최고의 교수법'

- 지향해온 교육관
"많은 사람들은 가르치는 기법을 배우면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가르치는 기법을 갖추는 것은 잘 가르치기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에 해당할 뿐입니다.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가르침의 기법 터득과 함께 필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넓고 깊은 기초 지식,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전문성, 학급경영 역량, 그리고 교과교육학적 지식 등입니다. 이러한 필요조건보다 더 중요한 충분조건은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의욕, 근원적으로는 가르침의 대상에 대한 사랑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침에 대한 열정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만큼 중요한 것은 배우는 사람의 배움에 대한 열정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핵심 역할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양한 교수법은 각각의 강점과 한계를 지닌 하나의 기법일 뿐 만능 교수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교수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내용, 교사특성, 학생특성, 그리고 환경특성 등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양한 교수법을 알고 있어야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합한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장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책 『실력의 배신』
▲ 자신의 저서 '실력의 배신'과 함께 

- 대표적인 저술
"저의 저술 가운데 가장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책은 『실력의 배신』(2018. 쌤앤파커스)입니다. 이 책은 국가와 사회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문제가 악화되는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실력주의가 좋은 사회라고 착각하며 보다 완벽한 실력주의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문제의 뿌리가 실력주의에 닿아있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이 사회와 교육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는 신실력주의 사회 구축 방향 제시, 제2부는 행복한 신실력주의사회 구축을 위한 교육개혁 새패러다임 제시, 그리고 3부는 신실력주의사회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행복한 사회와 개인을 위한 행복교육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AI 활용으로 '학습의 빈익빈부익부 현상' 가속화 우려
▲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 특강 장면

- AI시대 교육계의 지향점
"당분간은 생성 AI 시대라고 하더라도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르침과 배움은 무엇인지, 배움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교수자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역량을 강화해 가야 합니다. 생성 AI 시대에는 교수자가 갖춘 지식과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생성 AI를 잘 활용하려면 이용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잘 알지 못하면 ChatGPT를 비롯한 생성 AI 답변의 오류 식별이 어려워 활용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또한 생성 AI는 교수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 지식과 역량의 차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동일한 시간 동안 동일한 집중도를 가지고 책을 읽더라도 새로 습득하는 지식이나 느낌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학습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의 체계를 이용하여 이를 보강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생성 AI 활용으로 인한 '학습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교수자 및 학생들의 지식과 역량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생성 AI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앞서 가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12월 학생들이 마련해준 퇴임 기념식

- 퇴임 후 활동 계획
"우선 32년간 교육현장에 몸담으면서 느낀 점들을 '그들이 말하지 않은 우리 교육 이야기' 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신문과 개인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교육 관련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재직 중 1천여 회의 강연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강연을 통해 저의 생각을 세상과 나누고 싶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써온 100여 편의 논문, 20여 권의 저서, 1,000여 편의 칼럼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세상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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