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진 작가, 자전적 장편소설 『곳』 출간

작성 : 2025-03-24 08:59:25 수정 : 2025-03-24 09:03:51
섬 소년이 맨몸으로 겪어야 했던 세상 풍파
아버지의 유언 '와신상담' 품에 안고 살아
1억 원 고료 '이외수문학상' 수상 작가
서럽고 슬픈 삶을 살다간 섬 사람에 대한 헌사

▲ 정택진 소설가와 그의 장편소설 『곳』

작가가 온몸으로 겪은 시대의 풍랑을 남도 특유의 입말과 밀도 있는 서사로 풀어낸 장편소설이 나왔습니다.

2013년 소설 『결』로 제1회 이외수문학상(1억 원 고료)을 수상한 정택진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곳』(문학들 刊)을 펴냈습니다.

첫 소설 『결』은 의형제를 맺었던 세 친구가 죽음의 위기 앞에서 펼쳐낸 한국 현대사의 이야기이며, 두 번째 『품』은 섬 소년과 도시에서 이사 온 소녀의 사랑과 꿈이 1980년 광주를 거치면서 상처 입고 뒤틀려가는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 남도의 어느 섬마을이 배경
이번 장편소설 『곳』은 제7대 대통령 선거(1971년)가 있었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섬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이 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세상의 풍파를 그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남도의 어느 섬마을,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염진혁은 중학교 입학 전에 집안의 대들보였던 아버지가 병환으로 사망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마저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 소년은 한순간에 가장이 됩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앎의 허기를 채우려고" 애를 썼던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수십 권의 책이 있었으며, 가난했지만 오롯이 "신념을 지키자"라는 인생관을 굽히지 않고 거친 세상을 헤쳐나가려 했으나 그로 인해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삶은 그대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절치부심하며 살았던 모습은 향내처럼 아들의 삶에도 스며들어 그 흔적을 남깁니다.

'와신상담!'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어려운 한자어 같은데 그렇다고 무슨 뜻이냐고 물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감이나 어투로 보아 뭔가 참고 견딘다는, 그리고 뭔가를 되갚아 준다는 '복수'와도 통하는 말인 듯싶다. 뜻은 모르지만 여하튼 말의 생김새가 그렇다. 말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뜻은 몰라도 그 본새로 말무늬를 짐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신상담! 와신상담!'
'신념을 향한 복수보다 강한 집념'으로 '남이 훔칠 수 없는 정신적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 '와신상담'하라는 말일 터이다. 신념과 정신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일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마음속에서 그 말들을 도슬렀고, 그 말들은 철식이형 팔죽지의 문신처럼 내 마음 어딘가에 깊이깊이 새겨지고 있었다.

- 본문 中
◇ 아버지의 삶은 아들의 삶에도 스며들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나는 먼 하늘을 치어다보며 그 말을 중얼거렸"으나 "이상하게 어금니가 맞물려"졌고,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하늘로 올라간 말들은 "멀리의 별들에" 가 닿았습니다.

소년은 평생 아버지의 유언을 품에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구수한 전라도 입말로, 섬에서 살다 간 사람들의 서럽고 슬픈 살이들을 기록한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평범하나 결코 순탄치 않은 그들의 삶의 내력과 세월의 타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염연히 세상의 주인공이었으며, 내내 부지런히 일했으나 한스럽고 배고파서 울다가 떠나간 보잘것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엄혹한 한국 근현대사를 헤치고 살아남은 우리는, 과연 "와신상담했는가" 라고 작가는 작품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2015년 악아로 대산창작기금 수혜
전남 완도 청산도에서 나고 자란 정택진은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고를 졸업 후 5년간 기술하사관으로 복무한 뒤 성균관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재학 중 바람의 똥이 '청년심산문학상'에 당선됐습니다.

2013년 1억 원 고료 '제1회 이외수문학상'에 중편소설 『결』(해냄)이 당선됐으며, 2015년에는 악아로 '대산창작기금'(소설 부문)을 수혜했습니다.

2019년에 장편소설 『품』(컵앤캡)을 냈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