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옛 선암 나루터와 선암장이 있던 곳

작성 : 2025-01-07 09:04:03
강변 둔치에 겨울 나목과 억새풀이 우거져
황룡친수공원 잔디광장, 시민들의 힐링 명소
공원 안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시비
[전라도 돋보기]옛 선암 나루터와 선암장이 있던 곳

▲황룡강 너머로 황룡강교와 호남대 건물이 보인다

황룡강교를 지나 일렁이는 억새밭 사이 산책로를 따라 평동대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이 곳은 황룡강 3구간(황룡강교~평동대교)에 해당하는 곳으로 어제와 오늘의 시간이 겹쳐져 있습니다.

강가 둔치는 겨울 나목들과 억새 숲이 긴 행렬을 이루며 무성하던 푸르름이 사라지고 온통 회색빛입니다.

숲에서는 새들이 분주하게 날으며 끊임없이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키가 큰 나무 우듬지에 남겨진 빈 새집이 운치를 느끼게 합니다.

▲산책로를 나란히 걷는 모녀의 뒷모습이 정겹다

산책로에서 강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와 풀숲이 우거져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호남대 앞 산책로 중간쯤에 데크로 꾸며진 전망대가 보입니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강물을 당겨보니 물새들이 무리지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시야에 포착됐습니다.

강물을 보다 가까이 보기 위해 산책로를 벗어나 물가 쪽으로 접근해보니 넓은 강폭 한 가운데 토사가 퇴적돼 물길을 갈라놓아 물 높이가 낮게 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인근 마을들로부터 낮은 지형을 따라 흘러온 실개천이 유입되는데, 선암천과 운수천의 물길입니다.

선암천은 선암동 웃골에서 발원하여 선암마을을 감돌아 흐르다가 옛 선암역이 있었던 탑골마을을 거쳐 내려옵니다.

이어 웃강골 물을 더해서 호남대 캠퍼스가 있는 강골마을을 지나 황룡강으로 흘러듭니다.

▲산책로 주변 풀숲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운수천은 어등산 동남쪽 절골에서 발원하여 남류하다가 한당골 물을 더하고 운수마을에 이르러 깃대봉 동남쪽 칡골에서 나와 책상봉 아래 서당골을 지나온 물과 합류합니다.

옛날 이곳에는 평동, 송촌동, 원동마을과 연결되는 선암나루터가 있었고 부근에 선암장이 섰다고 전해 옵니다.

선암 배나드리라는 땅이름이 이를 말해줍니다.

조선시대 장은 1470년대 전라도 무안 땅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전해집니다.

광주에 장이 등장한 시기는 15세기 후반으로 추정됩니다.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선암장 장날은 2일로 끝나는 날짜에 열려 매월 세 번, 즉 2일, 12일, 22일에 장이 열렸던 10일 장이었습니다.

선암장이 10일장이었던 이유는 황룡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 선암동(당시 행정구역상 광주)과 남쪽 장록동(당시 행정구역상 나주)에서 번갈아 가면서 열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장록동 장은 8일 날짜에 한 달 3번 개시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선암나루터 근처에 섰던 선암장이 사라진 이유는 호남선 철도 개통에 의한 영향 때문입니다.

1913년 호남선 철도가 송정리를 통과하고 정거장이 생기면서 경제적 거점으로서 송정리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 때 선암장이 송정리로 옮겨와 '송정장'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황룡강과 선암나루터를 역사문화 관광벨트로 조성해 강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관광체험장으로 구축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겨울 나무 우듬지에 걸려 있는 새 둥지

강변에는 모래 언덕이 발달돼 있습니다.

그 주변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고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벚나무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언덕 한 켠에는 신우대 숲이 사람의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울창하게 우거져 있습니다.

통상 대나무는 사람에 의해서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누가 언제 이곳에 대나무를 심어놓았을지 궁금합니다.

이처럼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녹음이 짙은 여름철에는 뱀이 출몰하기 쉬우므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황룡강 장록습지 보호지역 안내판

황룡강교~평동대교 구간은 황룡친수공원이 드넓게 조성돼 있어 사시사철 탐방객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공원은 크게 꽃밭과 체육공원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꽃밭은 철마다 색깔을 달리하는데 봄에는 벚꽃과 유채꽃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룹니다.

체육공원에는 어린이놀이터와 어른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기구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탐방객들이 즐겨 찾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자전거와 퀵보드,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겨울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합니다.

간간이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갈 뿐입니다.

▲황룡수변공원에 세워진 용아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시비

공원 안에는 광산이 자랑하는 시문학파 시인 용아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시비가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처럼 황룡수변공원은 확 트인 개방감과 함께 쾌적한 휴식공간으로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현재 시점의 매력뿐 아니라 역사·지리적 장소로서 풍성한 옛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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